제1부 —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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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차 사고를 담당하는 뇌

의지력은 없을 때에야 그 존재가 눈에 띄는 것 같아요. 특히 처음에는 힘든 일을 상당 부분 맡아 줘야 하니, 다시 힘을 되찾아야 해요. 익숙한 반응을 멈추고 다른 선택을 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 거죠. 그러려면 의지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또 어디로 사라졌는지부터 이해해야 해요.

살펴볼게요.

고차 사고를 담당하는 뇌와 변연계

의지력을 이해하기 위해 고차 사고를 담당하는 뇌와 변연계로 나눈 모형을 써 볼 수 있어요. 실제 뇌는 이보다 훨씬 크고 복잡한 기관이지만, 여기서 이해하려는 내용을 설명하는 데는 이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보는 방식이 잘 맞아요.

옆모습 인물의 머리 안을 단순화해 나눴어요. 이마 뒤쪽에는 고차 사고를 담당하는 뇌와 전두엽이라는 표시가 있고, 안쪽에는 변연계라는 표시가 있어요.

이 단순화한 모형에서 ‘고차 사고를 담당하는 뇌’는 이마 바로 뒤에 있는 전두엽과 관련된 기능을 넓게 가리켜요. 변연계는 뇌의 더 깊은 곳에서 서로 연결된 여러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요.

이 영역들이 맡는 역할은 다음과 같아요.

  • 전두엽은 지성, 판단, 이성적 사고, 그리고 중요한 의지 같은 고차 기능을 담당해요. 충동을 조절하는 역할도 해요.
  • 변연계는 감정과 느낌에 바탕을 둔 반응을 처리해요.

새로운 상황을 만나면 어떻게 반응할지 의식적으로 선택할 여지가 커요. 전두엽은 그 선택에, 따라서 그 결과에도 큰 역할을 해요. 이것이 의지가 작동하는 모습이에요.

이후에 같거나 비슷한 상황을 만나면, 같은 방식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점점 커져요. 습관이란 행동을 자동으로 돌아가게 넘겨준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게다가 이런 행동은 그때의 느낌과 감정과 함께 기억돼요. 행동이 습관이 되면 선택, 즉 의지는 뒤로 밀려나요. 이제는 변연계가 의식적인 선택 없이, 감정에 따라 행동을 이끌 가능성이 더 커져요. 그런 선택에 자유의지가 없다는 뜻은 아니에요. 다만 많이 다녀 익숙해진 길이 걷기 쉬워지는 거예요. 의지력이 다시 개입하지 않으면 이미 만들어진 신경 경로가 주도권을 잡아요. 그리고 한 길을 더 많이 다닐수록, 다른 길을 만들고 그 길로 가는 데 더 많은 의지력, 곧 에너지가 필요해져요.

위쪽은 고차 사고를 담당하는 뇌로, 새로운 상황에서 의식적으로 반응을 선택하고 충동을 조절해요. 아래쪽은 변연계로, 익숙한 상황에서 감정과 습관에 따라 자동으로 반응해요. 각각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는 선택과 퇴근 후 술에 손이 가는 행동을 예로 들어요.

신경 경로

여기서 ‘길’이라는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에요. 행동이 습관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실제로 뇌 안에 구조적인 경로가 형성되거든요.4 이를 설명하기 위해 단순화한 예를 볼게요.

어떤 상황을 처음 만났다고 해 볼게요. 뇌의 신경세포, 즉 뉴런이 이 입력을 받아들이고, 우리는 여러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어요.

왼쪽에서 들어온 입력을 하나의 뉴런이 받아들여요. 오른쪽 위아래에 반응 A와 반응 B가 있으며, 둘 다 검은색으로 같은 비중으로 표시돼요. 아직 특정 반응으로 이어진 연결은 없어요.

이때 반응 A를 선택했다고 해 봐요. 그 행동에 관여한 뉴런들이 시냅스를 통해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하나의 신경 경로가 강화되기 시작해요.

왼쪽 뉴런에서 위쪽 반응 A로 이어지는 경로가 검게 연결돼 있어요. 아래쪽 반응 B와 뉴런은 회색으로 옅어져, 반복한 반응 A가 강화된 모습을 보여 줘요.

반응 A를 더 많이 반복할수록 그 경로는 더 강해지고 확고해져요. 동시에 다른 선택지는 거의 울타리에 막힌 것처럼 돼요. 이 과정이 이어질수록 바꾸는 데 더 많은 의지력이 필요해져요.

우리는 이렇게 배우기도 해요. 더 큰 규모로 보면, 술을 접하고(입력) 마시기로 선택하면(반응), 그 뒤에 긴장이 풀리거나 기분이 들뜨는 것을 경험해요(결과). 이런 관계가 서로 얽히고 연결되며 훨씬 큰 연결망을 이루기 시작해요. 그러면 불안처럼 불편한 감정을 느낄 때도, 술이 긴장을 풀어 주니 그 감정을 덜어 줄 수 있다는 걸 금세 배워요. 불안이 입력이고, 음주가 반응인 거예요. 어느새 온갖 불편한 상황에 술로 반응하도록 길들여져 있어요. 이런 식으로 뇌 안에서 연관성이 신경 경로로 연결돼요.

다행히 이미 자리 잡은 경로도 바꿀 수 있어요.5 뇌는 평생 신경가소성, 즉 변화할 수 있는 성질을 유지해요. 그러니 바꾸려는 의지가 있다면, 나이 든 개도 새 재주를 배울 수 있어요. 다만 그러려면 고차 사고를 담당하는 뇌가 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해요.

이제 두 번째 문제로 이어져요. 고차 사고를 담당하는 뇌의 건강이에요.

고차 사고를 담당하는 뇌가 약해질 때

음주가 익숙한 반응으로 굳어지면, 그 행동에 제동을 걸어 줄 뇌의 고차 기능도 약해져요. 고차 사고를 담당하는 뇌는 건강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해요. 환경이 나쁘거나 오염되면 기능에 지장을 받아요. 술을 마시는 것은 환경을 나쁘게 만드는 분명한 이유지만, 스트레스, 늦게 자는 생활, 운동 부족처럼 다른 요인도 많아요. 예상할 수 있듯 모두 음주와 함께 따라오기 쉽고, 서로를 강화하는 악순환을 만들어요. 뇌의 고차 기능을 약하게 만드는 동시에, 이런 행동에 저항하는 능력까지 떨어뜨려요.

시계 방향으로 좋지 않은 결정, 술과 정크푸드 등, 전두엽 기능 저하, 감정에 따른 결정이 이어지고 다시 좋지 않은 결정으로 돌아와요.

알코올 의존 상태에서는 몸도 감정도 롤러코스터를 타듯 오르내려요. 이런 상태에서는 전두엽이 제대로 힘을 쓰기 어렵고, 행동은 변연계와 이미 자리 잡은 경로를 따라가게 돼요. 다르게 행동할 정신적 에너지가 없으니, 파괴적인 자동 조종 상태로 돌아가는 거예요.

이번에도 좋은 소식은 이 얽힌 과정을 풀고, 순환을 반대 방향으로 돌릴 수 있다는 거예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뒤에서 살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