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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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술은 독이에요. 몸에도 독이고, 마음에도 독이에요. 무엇보다 나쁜 건, 앞으로 펼칠 수 있는 가능성에도 독이라는 거예요.

재미있었나요?

물론이죠.

그만한 가치가 있었나요?

좋았던 순간들이 있었던 건 분명해요.

하지만 술을 끊고 삶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보기 전에는,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 보지도 않았다면 더더욱 그렇고요.

술을 끊으려다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지금과 다른 삶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기 어려워요. 술은 삶의 즐거움을 빼앗아요. 음악은 밋밋하게 들리고, 색은 칙칙해 보이고, 농담도 지루하게 느껴져요. 유일하게 할 만한 일은 술을 마시는 것처럼 느껴지죠. 즐거움이 사라진 자리에서 술이 고통의 소리를 조금 낮춰 주니까요. 다른 감정이 모두 무뎌져도, 어찌 된 일인지 고통만은 살아남아요.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아마 술이 더는 그 역할조차 해 주지 못하는 데까지 왔을 거예요. 하지만 아무리 상황이 나빠 보여도, 회복의 싹은 이미 트고 있어요.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이게 전부일 리 없다고 말해요. 삶이 이럴 수밖에 없는 건 아니라고요.

이 책은 다시 돌아오는 길에 관한 이야기예요.

제 이야기

마흔을 앞둔 무렵, 제 삶은 엉망이었어요. 오랫동안 이어져 온 술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죠. 더는 그대로 살아갈 수 없었어요.

뭔가 잘못됐다는 건 이십 대 후반부터 알고 있었어요. 돌아보면 처음부터 분명했지만요. 처음 술을 마신 건 학교의 크리스마스 파티에서였어요. 1990년대 중반이었고, 저는 열다섯 살이었죠.

파티는 신나게 시작됐지만, 불과 몇 시간 뒤 제가 학교 크리스마스트리에 토를 잔뜩 하면서 끝났어요. 지금은 자세한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찌 된 일인지 별다른 일 없이 넘어갔어요. 그렇게 넘어가니 같은 행동도 계속됐죠. 그 일이 훗날의 음주 문제와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몇 년이 지나서야 더 분명하게 보였어요.

삼십 대에 들어서면서 제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어요. 술을 줄이겠다거나 주말에만 마시겠다는 마음은 먹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어요. 뜻대로 되지 않는 데서 그친 것도 아니에요. 더 많이, 더 자주, 더 독한 술을 마셨어요. 삼십 대를 지나는 동안 문제는 갈수록 심해졌죠.

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심은 점점 더 단단해졌고, 그사이 술을 끊고 지내는 기간도 생겼어요. 그 기간은 길 때도, 짧을 때도 있었죠. 술을 끊고 초반의 고비를 넘기면 금세 좋아지기 시작해요. 기분도, 겉모습도, 삶도 좋아져요. 문제는 이렇게 좋아지면 다시 술을 마셔도 이 좋은 상태를 그대로 누릴 수 있다고 스스로를 속이게 된다는 거예요.

그럴 수는 없어요.

그걸 깨달을 때까지, 같은 일을 반복하게 돼요.

이 일을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이제는 셀 수도 없어요. 그만큼 많이 해 봤고, 많이 겪어 봤어요. 그래서 잘 알아요. 얼마나 절망적으로 느껴지는지, 얼마나 힘든지,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 과정을 수월하게 만들 수 있는지 알아요. 이 경험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요.

결국 저는 ‘탈출 속도’에 도달했어요. 2020년에 여러 일이 닥쳐 상황이 무척 힘들었을 때조차 술 생각은 스치지도 않을 정도였죠. 지금 제가 바라는 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벗어나도록 돕는 일이에요. 그 길고 긴 과정에서 겪은 일을 나누는 게 더 나은 삶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기를 바라요.

한 가지는 처음부터 분명히 해 둘게요. 저는 중독 상담이나 그와 비슷한 분야의 자격을 갖고 있지 않아요. 이 책은 기존의 중독 치료를 대신할 수 없어요. 저는 제가 이용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은 모두 시도해 봤어요. 여러분도 그렇게 해 보세요. 도움이 되는 방법들이에요. 다만 제 경우에는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았어요.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할 책임을 온전히 제 것으로 받아들이고 나서야 술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문제에 관해 찾을 수 있는 건 최대한 찾아보고, 읽고, 보고, 들었어요.

저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어요. 효과가 있는 걸 찾으려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봤어요. 어디서 왜 실패했는지, 어떤 함정에 빠졌는지 직접 겪고 분석했어요. 가능한 부분은 공학 문제를 풀듯 접근했어요. 논리만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영적인 영역도 있었고, 그런 부분은 믿음으로 받아들였어요.

술 없이 사는 건 처음부터 제게 가능한 일이었다는 걸 배웠어요. 여러 요소가 단주를 가능하게 하는 방식으로 맞물려 돌아가도록 조정하면 되는 거였죠. 이 책에는 그 과정에서 찾아낸 개념과 실천 방법, 동기를 하나로 모아 체계적으로 정리했어요.

제게는 효과가 있었어요. 여러분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요.